일시 : 2021년 12월 04일 (토) 오후 3-5시 ※ 포럼 진행 전 오후 2시에는 제8회 고정희상 시상식이 진행됩니다. 장소 : 한국여성재단 1층 박영숙홀, Zoom화상회의 ~~참가신청 및 안내 : https://forms.gle/gtnrkqEBpPSpE8j46~~

제8회고정희30주기 기념포럼 자료집(최종).pdf

포스터5.jpg

<aside> 🦋 초대의 글

고정희 시인의 30주기를 맞이하여, 고정희의 삶과 문학을 ‘페미니즘 리부트’ 이후를 살아가는 우리의 삶과 함께 이야기하는 시간을 마련했습니다. 극심한 백래시와 생존의 위협 속에서 용기 있게 서로의 손을 잡고 기쁨을 우리의 힘으로 만들기 위하여, 우리를 견디게 하고 나아가게 하는 기쁨의 기술에 대해 말하고자 합니다.

어둠 속에서 “동행의 기쁨”과 “동행의 뼈아픔”(<가리봉동 연가>)을 보았던 시인. “그 한번의 그윽한 기쁨”이 “내 일생을 버티게 할지도 모릅니다”(<천둥벌거숭이 노래10>)라고 말하면서도, “희망의 시간”더러 “다만 똑바로 지나가거라/ 사랑의 수확 위에 머물지 않기 위해”(<희망의 시간>)라고 말하며 결연히 새로운 희망의 길을 열고자 했던 시인 고정희를 함께 생각합니다.

</aside>

🌳 기념포럼 : 페미니즘 리부트 시대, 고정희와 '기쁨의 기술'

🍃 1부 : 내가 만난 고정희 : 30년 전 고정희를 불러내다 (03:00-04:00 pm)


🍃 2부: 망가진 행성에서 책임을 지고 살아간다는 것- 지금 여기서 고정희 들과 나누는 이야기

고정희와 동갑인 나는 지금 만 73세, 그가 떠난 지 5년 후에 자궁내막증 수술을 해서 ‘빈궁마마’가 되었다. 수술을 받고 그 후유증에 시달리면서 내가 천년만년 사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당시 우리 또래 동인들은 많은 이들이 빈궁마마다. 그 아래 세대는 갑상선 암들을 앓고 있고 유방암에 걸린 이들도 많다. 이렇게 우리는 유한한 존재이고 나는 이런저런 고장이 난 곳을 고치면서 시인보다 30년을 더 살아가고 있다. 요즘은 좌골신경통이 심해지지 않게 부지런히 근육운동을 해야 하고 기공도 하고 한약도 챙겨 먹고 혈압약과 영양제도 챙겨 먹는다. 실은 잘 챙겨 먹지 못한다. 안과에서는 내년쯤 백내장 수술을 받으라고 한다. 이럴 때마다 나는 친구 고정희를 생각한다. 네가 살아 있다면 지금 어디가 아플까? 지리산에 부지런히 다녔으니 건강하겠지. 하루 두 시간을 걷는 운동을 일주일에 두 번만 하라고 하던데 자기 단련에 자신 있는 너는 잘하고 있겠지.

“40세 이하 전례없는 삶 살 것: 기후 위기 세대 간 불평등 심화”라는 식의 기사를 읽으면서 나는 “우리의 아이들을 살아 있는 기도라네”라는 시를 떠올린다. 어린이를 주제로 한 동인지를 위해 썼던 그녀는 구멍 팔아 밥을 사는 여자들만이 아니라 다음 세대의 삶에도 지대한 관심을 두고 있었다. 재난의 시대를 물려받은 이 아이들을 위해 그는 어떤 시를 썼을까? 생명을 부지한다는 것은 이제는 하늘에 달린 것이 아니고 의료와 돈에 달린 시대가 되었다. 가늘고 길게 무탈하고 사는 것이 삶의 목적인 듯 모두가 잠잠해지고 있는 지금, 우리 주변도 예외가 아니다. 징그러운 바람 소리 잠재우기 위해 뭔가 하긴 해야 할 텐데.

다시 수유리에서

살아남는다는 것은 보다 단순해지는 것이라고 너는 말했다 그러나 친구여 우리가 수유리를 떠나오고 누추한 출판사 혹은 잡지사 기자로 전전하는 동안 다치지 않으려고 몸을 사리고 외롭지 않으려고 패를 짜는 동안 달콤한 숙면에 길들고 있을 때 녹슨 망치를 들어 뒷등을 탕 치는 손은 누구?

결국 그랬지, 친구여 나는 수유리로 다시 돌아와 무교회주의자가 되고 수유리에 떠도는 칼바람 소리와 만나 칼바람과 살기로 약속하였다 오 수유리에 유엔 평화 깃발을 꽂기로 했다 우렁우렁 사랑가 풀어내기로 했다 그렇게 해서라도 저 징그러운 바람 소리 잠재우기로 했다.

(고정희의 '화육제 별사' 부분)